Site Search
This website uses cookies to provide you a more personalized and responsive service.
By using this website you agree to our use of cookies. If you require more information or prefer not to accept cookies please visit our
Privacy Policy >
Tutorial

기가바이트 전원부 설계 이야기 by 나우퍼그(NOWPUG)

기가바이트 전원부 설계 이야기 by 나우퍼그(NOWPUG)

 그래픽 카드나 머더보드 리뷰를 읽다 보면, 전원부에 관한 이야기나 표현을 정말 많이 접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 전원부라는 게 도대체 뭘까? 4 페이즈니, 인덕터 코일이니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데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애당초 그 전원부라는 녀석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면, 아무리 리뷰를 봐도 개운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나우퍼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그런 분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고자 풀어내는 이야기다. 정통한 전자제품 설계자도 아니고 이 방면으로 지식이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또 깊게 설명해주는 건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그래픽 카드를 예로 들어 전원부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구성되는지 기초적인 설명과 함께 이해를 도울 수는 있을 거라 생각된다.

 

혹시라도 평소 전원부에 관심이 있었지만 잘 몰랐다면, 부디 이 내용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 전원부란?

 

모든 전자제품은 전원을 공급받아야 동작한다. 그게 직접 AC로 공급 받던, 어댑터를 (또는 전원 모듈) 이용해 DC로 공급 받던, 배터리로 공급 받던, 그게 무엇이든 간에 전력을 공급 받지 못하면 전자제품은 동작하지 않는다.

 

지금은 엔비디아의 GTX 1080을 통해 전원부 이야기를 진행중이니, 그래픽 카드라는 관점에서 전원부를 소개하자면, 머더보드의 PCI 익스프레스 슬롯과 파워서플라이의 PCI 익스프레스 케이블을 통해 입력 받은 12V 전력을 그래픽 카드내 여러 요소들 즉, GPU 칩셋, GDDR5 메모리, HDMI나 Display Port 같은 디지털 출력부 등 전력 공급이 필요한 여러 곳에 그들이 원하는 적정한 전압의 전류를 공급해주기 위해 전원부가 존재하게 된다.

 

DSC03550.jpg

 

 

그래픽 카드는 파워서플라이로부터 12V 전압으로 전력을 공급 받지만, 실제로 GPU나 GDDR5 메모리 등에 공급되는 전압은 그보다 훨씬 낮다. 때문에 전원부는 입력 받은 12V 전압과 전류를 이용하여 DC-to-DC 컨버팅 (DC12V에서 필요한 다른 DC 전압으로 감압해주는 작업) 후, 각 부품들이 요구하는 전압과 전류량을 공급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위 내용이 좀 어렵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데스크탑 컴퓨터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서 파워서플라이는 12V 와 5V 그리고 3.3V 등을 만들어 다양한 하드웨어 부품에 전력을 공급하는데, 그것과 마찬가지로 그래픽 카드를 하나의 컴퓨터라고 보면, 카드 내에 존재하는 몇몇 부품이나 구성 요소는 (GPU나 GDDR5 메모리 같은) 서로 다른 전압과 전류를 요구하여 전원부가 그들에게 알맞은 전압과 전류를 만들어 공급해주는 마치 파워서플라이 같은 역할을 하는 거라 이해하면 좀 더 쉽겠다. (다만 PSU와 차이가 있다면 PSU는 기본적으로 AC-to-DC를 해주는 게 주 역할이고, 그래픽 카드의 전원부는 DC-to-DC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전원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그리고 동시에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알았으니, 이번에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DSC03210.jpg

 

 

전원부는 보통 입력단의 커패시터, 인덕터 코일, MOSFET, 그리고 그 FET을 제어할 드라이버 IC, 출력단의 커패시터 등으로 구성된다. 커패시터는 전력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의 역할을 수행하고, FET은 전류를 흘려 보내는 것에 대한 스위치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인덕터 코일 및 출력쪽 캐패시터와 함께 DC-to-DC 감압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드라이버 IC는 (원하는 전압으로 맞추기 위해) 적절한 양의 전류를 공급할 수 있도록 FET을 제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12V 전력이 그래픽 카드에 공급되면, 이는 GPU나 메모리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높은 전압이기 때문에 반드시 감압을 해줘야만 하는데, 그런 이유로 전원부는 다음과 같은 흐름을 갖는다.

 

우선 전원부의 입력쪽에 붙어 있는 고 전압, 고 용량 커패시터에 전력이 쌓이고, 여기서 드라이버 IC가 교통정리를 해주면 FET을 통해서 전력이 인덕터 코일쪽으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MOSFET은 스위치의 열고 닫음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실질적인 감압 효과가 시작되지만, 스위치를 열고 닫음에 따라 발생되는 전압과 전류의 불균일함(또는 불연속성)을 완충 해주기 위하여 인덕터 코일이 필요해진다. 인덕터 코일에 의해 1차적으로 연속성을 갖는(아직 균일하지는 않지만) 에너지를 출력단 커패시터가 받아 더욱 균일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전원부는 상호 작용을 하므로 전원부를 구성하는 부품들 중 어느 하나가 문제가 있거나 스펙을 잘 못 맞추게 되면 밸런스가 어긋나 제대로 된 효율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심한 경우 부품 파손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이제 전원부가 무엇이고, 왜 필요하고,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리고 끝으로 어떤 흐름으로 상호 동작하는지 알았으니, 실제로 GTX 1080을 놓고 살펴보도록 하자.

 

 

 레퍼런스 vs 비 레퍼런스

 

최근에는 엔비디아가 Founders Edition 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했는데, 엔비디아의 감성(?)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이 제품은 소위 우리가 표현해왔던 ‘레퍼런스’ 제품이다. 우선 구글을 통해 확보한 레퍼런스 제품 이미지를 보자.

 

gtx1080_FE.jpg

▲ 엔비디아 공식 홈페이지(geforce.com)에서 가져온 지포스 GTX 1080 Founders Edition 사진

 

위는 엔비디아의 레퍼런스 1080 카드의 모습으로, 언제나처럼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보통 엔비디아는 자사의 신규 칩셋 그래픽 카드를 출시할 때 Founders Edition 제품을 먼저 선보이고, 후에 AIB 파트너들의 제품들이 출시되는데, 이러한 제품을 우리는 ‘비 레퍼런스’ 카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GIGA_gtx1080.jpg

▲ 기가바이트 공식 홈페이지(gigabyte.com)에서 가져온 지포스 GTX 1080 XTREME GAMING 사진

 

위는 기가바이트의 지포스 GTX 1080으로 좀 전에 언급했던 비 레퍼런스 카드에 속한다. 핵심 부품이 되는 GPU와 주요 구성은 레퍼런스와 맥을 함께하지만, 제조사의 역량에 따라서 얼마든지 더 높은 사양의 제품으로 제작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비 레퍼런스 카드다.

 

레퍼런스는 해당 GPU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구성을 (어쩌면 최적의 구성 일지도 모르지만) 의미하며, 각 제조사에 권장하는 지침서의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비 레퍼런스 제품의 경우는 대부분 엔비디아가 제시하는 기본클럭에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좀 더 오버클럭된 제품을 출시한다. 

 

좀 더 일을 한다는 것, 좀 더 빠른 성능을 갖는다는 것은 이미 기준이 되는 설계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비 레퍼런스 카드들은 레퍼런스와 다른 설계 양상을 보인다. 우선 레퍼런스의 PCB 전원부를 살펴보자.

 

FE_pcb_layout.jpg

 

 

위는 Geforce.com에서 가져온 GTX1080 Founders Edition 카드의 PCB 레이아웃 사진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요소들에 색상을 입혀 표기를 해놨다.

 

저기서 노란색 동그라미가 출력부 커패시터로 탄탈륨이 (아니면 POSCAP) 사용된것으로 보이며, 연붉은색 동그라미가 찍힌 부품이 인덕터 코일, 녹색 동그라미가 MOSFET, 주황색 동그라미가 드라이버 IC 부품이다. 그리고 맨 아래쪽엔 빨간색 테두리로 둘러진 부분에 아예 부품이 적용되지 않은 것도 확인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R22라고 표기된 인덕터 코일이 연속해서 5개 적용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가장 윗단에는 R33 이라고 표시된 인덕터 코일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엔비디아의 레퍼런스인 Founders Edition 카드는 전원부가 몇 Phase인 걸까?

 

사실은 해당 제품의 회로도를 보기 전에는 겉 모습만으로는 누구라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그게 전기/전자 전공자든, 실무에서 전자 제품 전원부를 설계하든 사람이든 누구던 간에 마찬가지며 어디까지나 추측만 할 수 있는 것을 알아두자.

 

그래픽 카드에 한정해서는 같은 마이크로 헨리값을 갖는 (다시 말해 인덕턴스 값이 같은) 인덕터 코일이 같은 전압을 만드는 전원부라고 추측해 볼 수 있으며, 위의 상황이라면 R22 인덕터 코일이 5개 사용되었으니 가장 부하가 심하다고 예상되는 GPU를 기준으로 약 5 Phase 구성된 설계라 볼 수 있다.

 

물론 그래픽 카드 전체를 두고 본다면 5 Phase 이상의 전원부를 가진 제품이지만,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품인 GPU에 한정해서 5 Phase로 구성된 전원부 라인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며, 엄밀하게 말하면 GPU에 6 Phase를 염두 해놓고 설계를 한 듯 하지만, 5 Phase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을 해서인지 실제로 맨 아래쪽 1 Phase는 아예 부품들이 전부 빠져 있는 것 또한 확인 할 수 있다. 아래는 엔비디아 공식 홈페이지에서 GTX 1080에 관한 PCB 설명 중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Beneath the shroud and enhanced cooling hardware, the GeForce GTX 1080 Founders Edition’s circuitry was designed with a low impedance power delivery network, custom voltage regulators, and a 5-phase dual-FET power supply.

 

엔비디아도 5 Phase 듀얼 모스펫을 적용한 전원부 임을 밝히고 있으니 5 Phase 전원부가 맞는 것 같다. 보통 전원부를 표기할 때 5+1 과 같이 ‘더하기 얼마’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이는 그래픽 카드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고, 또 중요하다 생각되는 부품인 GPU와 GDDR5 메모리에 대하여 각각의 전원부가 몇 Phase로 구성되었는지 알려주기 위한 표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의 설계상으로는 (역시나 추측이지만) R33 인덕터 코일이 쓰인 부분이 GDDR5X 메모리에 대한 전원부로 생각되며, 따라서 파운더스 에디션은 총 5+1 Phase 전원부를 구성하고 있다 할 수 있다. 다만 전원부를 판단하는 사람마다 ‘그 기준을 어디에 두었는가?’에 따라 이 제품은 6페이즈 전원부 설계라도 볼 수도 있고, 혹은 5페이즈 설계 또는 5+1페이즈 설계라 표현 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는 모두 맞는 말이라 본다. (그러니 몇 Phase가 맞네, 틀리네 하는 이야기 별로 신경 쓰지 말자)

 

그렇다면 이제 비 레퍼런스 제품을 살펴보자.

 

compare.jpg

 

위는 기가바이트의 익스트림 게이밍 시리즈 GTX 1080 카드 PCB 사진이다. 파운더스 에디션과 비교하면 비슷한 형태를 띄지만 뭔가 묘하게 다른 느낌을 준다.

 

이미 여러분들은 전원부를 구분할 줄 아는 상태니 한번 천천히 살펴보자. 우선 PCB 내에 전원부라고 예상되는 부분이 딱 한군데 눈에 들어온다. (사실 너무나도 잘 들어온다) 비 레퍼런스 제품이 레퍼런스 대비 뭔가 부품들이 빽빽하게 많이 들어차 있고, 인덕터 코일 수 또한 많으니, 어떻게든 레퍼런스의 5 Phase 보다는 훨씬 많은 전원부를 가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R22라고 표기된 인덕터 코일, 즉 같은 마이크로 헨리 값을 가진 인덕터 코일이 무려 12개나 있기 때문에 (그게 전부 GPU 블럭으로 들어갈 전원인지 아닌지 확신 할 수 없지만) 예상하기에 레퍼런스의 5 Phase 전원부를 12 Phase로 강화시킨 제품이 아닐까 예상된다. 그 좌/우로 커패시터와 FET로 보이는 부품도 가지런히 박혀 있으며, 누락되거나 빠진 부품도 없어 보인다. 그야말로 알찬 12 Phase 구성이다. 이제 면면을 살펴보자.

 

DSC05319.jpg

 

 

레퍼런스 디자인에서는 출력부 커패시터 자리에 탄탈륨 혹은 POSCAP 으로 추측되는 부품이 1개만 사용되었다. 그런데 기가바이트의 이 제품에서는 탄탈륨 혹은 POSCAP으로 보이는 부품 (하늘색 네모 테두리) 이외에도 상당수의 MLCC 커패시터가 (주황색 동그라미 테두리) 더 적용되어 있는 것 볼 수 있다.

 

또한 레퍼런스에 사용된 출력쪽 커패시터의 용량은 470uF 인데, 기가바이트의 이 제품은 330uF 규격으로 용량이 더 작다. 그런데 정말 작을까? 레퍼런스는 470uF 커패시터가 인덕터 코일 1개당 2개씩 총 10개 쓰였고 PCB 뒷면에 MLCC 다수를 적용했지만, 비 레퍼런스는 330uF 커패시터 24개와 무수히 많은 MLCC가 사용되었다. (PCB 윗면에 12개의 탄탈륨 혹은 POSCAP 커패시터와 32개의 MLCC를 뒷면에도 마찬가지로 12개 및 무수히 많은 MLCC가 적용)

 

물론 커패시터가 용량만 크고 많다고 장땡은 아니다. 중요한 건 밸런스이며 최적의 값에 맞춰서 존재하는 것이 당연히 좋다. 혹자는 탄탈륨이 비싸고 좋은 부품이니 탄탈륨이 많이 들어간 제품이 좋은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틀렸다. (라기 보다는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건 정답이라 말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악 조건에서도 흔들림 없는 출력과 전압 유지가 우선시되는 부분이기에 규정된 스펙 범위 안에서 제품이 안정적으로만 구동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설계다. 그런 밸런스를 위해서 굳이 탄탈륨을 쓰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고, 정말 필요해서 써야만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MLCC 등과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생긴다. 

 

만약 똑 같은 응답성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는 상황에서 더 좋은 부품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제품의 내구성이나 컨디션에 따른 수명 등에서 좀 더 장점이 생기는 것이지만, 반대로 낭비되는 부분 없이 알뜰하게 제품을 설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되기 때문에 어느 쪽의 설계가 더 좋다, 혹은 나쁘다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회로가 외부에 공개된 것도 아니고, 이런 세밀한 부분까지는 겉으로만 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부분이니 부품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는걸로~ 다만 이런 설명을 하는 이유는, 부품 위에 표기된 커패시터의 숫자(용량)만 보고 어떤 제품이 더 좋네, 나쁘네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였음을 알린다. (굳이 따져보겠다면 회로도를 펼쳐놓고 적절한 설계가 이뤄졌는지, 가늠해야 알 수 있다)

 

L.jpg

 

인덕터 코일은 사이즈가 좀 다르긴 해도, 같은 마이크로 헨리 값을 가진 코일이 사용되었다. 

 

같은 인덕턴스 값을 가진 코일이 덩치가 더 크다는 것은 편하게 생각했을 때 와이어를 굵은 것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저항값이 낮아지고 허용 가능한 전류도 늘기 때문인데, 이 또한 정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같은 헨리값에서 인덕터 코일이 더 크고 작고는 그 의도를 알아보기 힘들지만, 가령 같은 체적에서 (크기로) 헨리값이 높을 떄와 낮을 때는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하다.

 

동일한 크기의 인덕터 코일이라면 헨리값이 높은 경우, 감은 턴 수가 많아야 하므로 선이 가늘어 질 수 밖에 없고, 가는 선은 전류 한계치가 낮으며 저항값이 높아진다. 위의 레퍼런스나 비 레퍼런스 경우 모두 같은 인덕턴스 값을 갖는 코일을 사용했지만, Phase 1개당 감당해야 하는 전류 크기는 레퍼런스쪽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Phase 수가 작기 때문에 Phase 당 감당해야 하는 전류의 크기는 레퍼런스 쪽이 더 크다) 굳이 따지면 레퍼런스쪽의 인덕터 코일이 부품 자체로는 좀 더 좋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

 

오히려 레퍼런스 대비해서 정말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 바로 FET 인데, 아래의 내용을 보자.

 

fet.jpg

 

 

위는 레퍼런스와 비 레퍼런스 카드 간 FET로 추측되는 부품을 비교한 것이다. 엔비디아의 레퍼런스는 1 Phase 라인에 2개의 FET 자리가 있고, 실제로 FET은 1개 사용되었으며, 바로 오른쪽에 드라이버 IC가 존재하는 형태이며, 기가바이트의 비 레퍼런스는 면적이 넓어 보이는 1개의 드라이버 IC 부품이 적용 되었지만, FET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기로 하고, 우선 아래의 사진과 내용을 먼저 살펴보자.

 

state.jpg

 

 

위는 Buck Convertor에서 On-State / Off-State에 관한 아주 기본적이고 단순한 모식도다. (자료의 출처는 위키피디아) 실제 그래픽 카드에서 쓰이는 건 이것의 응용 회로이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같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내용을 예로 들어 설명하려 한다. 또한 스위치와 FET의 동작은 '열고 닫는다'는 표현에 따라 혼동이 있을 수 있지만, 편의상 '연다=연결한다, 전류를 흘린다'고 통칭했으므로 이 부분은 감안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 Off-State에 다이오드가 있지만, 일단 저 부분을 low side FET 이라고 가정하자

 

먼저 On-State 상태는 높은 전압의 전류가 High side라고 표기된 스위치를 통해 인덕터 코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 자체로 전류의 흐름은 12V로 High side FET -> 인덕터 코일 -> GPU의 형태가 된다. Off-State 상태는 High side 스위치가 더이상 회로에 관여하지 않고, Low side 스위치로 전류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스위치인 High side와 Low side는 서로 상반된 움직을 보이는데, 회로상 두 스위치가 동시에 열리는 경우는 없으며, 한쪽이 열려 있다면, 다른 한쪽은 닫히는 형태다. 다른점이 있다면 High side는 높은 전압이 걸리는 스위치고, Low side는 낮은 전압이 걸리는 스위치이기 때문에, Low side가 흘려보내는 전류량은 High side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위의 On-State 상태를 High side가 열린 상태로 간주하고, 바로 아래의 Off-State는 High side가 닫히고 Low side가 열린 상태로 간주해보자. 스위치는 GPU에 걸리는 부하량과 상관없이 항상 열고/닫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GPU는 부하량이 수시로 변화하기 떄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스위치의 열려 있거나 닫혀 있는 시간만으로 수시로 변화하는 GPU에 공급할 에너지의 총량을 결정한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 해보자면, 단위 시간당 스위치의 열고 닫는 횟수는 일정하기 때문에 에너지의 크기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열고 닫힌 시간을 조절해야 하는데, 높은 전압으로 낮은 전류만 흘려도 되는 High side가 열려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이때는 GPU에 부하가 걸려있는 상태라고 추측해 볼 수 있으며, 반대로 Low side가 열려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면 GPU의 부하가 줄어들고 있는 상태라 볼 수 있는 것이다. 

 

High side의 열려 있는 시간으로 인하여 만들어낼 수 있는 전력량이 결정된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low side는 어떤 역할을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덕터 코일은 전류를 계속 흘려 보내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력 요구량이 줄어 High side가 차단되어도 자기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계속 순환 시키려고 하는 관성을 보인다. 마치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둔 주전자의 물처럼, 가스레인지를 작동시켰다고 곧바로 물이 끓지 않고, 다 끓어서 동작을 중지했다고 곧바로 식지 않듯, 인덕터 코일은 에너지를 서서히 머금고 또 서서히 잃어버리려고 하기 때문에 High side가 차단되었을 때 인덕터 코일이 가진 전류가 흐르지 못하면, 회로 전체에 무리가 가게 되며 모처럼 얻은 에너지를 잃게 되지만, 중간에 Low side나 다이오드처럼 전류가 흐를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주면, 중간 중간 GPU나 다른 부품들이 전력을 일정 부분 소모하며 완곡하게 에너지를 줄일수 있게 된다. 

 

Off-State 상태처럼 Low side FET이 중간에 라인을 연결해주면, 새로운 전류가 공급 되지 않더라도 인덕터 코일이 가진 전류를 계속 흘려 보낼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게 되며, 이렇게 순환되는 에너지는 낮은 부하에서도 최소한의 전력을 소모하려는 GPU나 메모리에 공급되기도 하니, 실로 효율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아무리 낮은 전압과 전류라도 이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실상 High side를 열어서 순간이라도 전력을 공급받아 감압하고 내보내야 하는데, Low side 덕분에 인덕터 코일이 계속 전류를 흘리면서 남은 에너지를 써먹을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다만 높은 전압이라서 낮은 전류만 흘려도 되는 High side에 비해 Low side는 훨씬 낮은 전압으로 같은 에너지를 케어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전류량이 크다. 때문에 High side 보다 Low side를 더욱 강화하는게 일반적이며, Low side는 High side 보다 높은 A 스펙을 갖는 부품을 사용하고, RDS(on) 수치를 낮추는 등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설계를 하게 된다. 

 

특히 전류가 흐를 때 전류량이나 RDS(on) 수치가 낮을수록, 발열 또한 낮은데, 반대로 전류량이 많거나 이 저항 수치가 높아지면 그에 비례해 발열이 높아지므로 RDS(on)도 중요하게 봐야할 요소중 하나이며, 이런 부분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Low side를 병렬로 구성하기도 한다.

 

DSC05728.jpg

 

 

위는 기가바이트의 RX480 그래픽 카드의 전원부 사진으로, 인덕터 코일과 출력 단자부 사이에 인덕터 코일 1개당 3개씩 FET이 적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드라이버 IC는 위 사진에서 보이지 않지만 PCB 뒷면에 있다)

 

이 중 인덕터 코일에 인접하게 그리고 나란히 붙어 있는 2개는 (빨간색 동그라미) Alpha & Omega사의 6508 Low side FET이며, 조금 따로 떨어진 1개는 (파란색 동그라미) 같은 회사의 6414A High side FET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설명했던 High side 와 Low side FET에 관한 설명과 맞아 떨어지는 보편적인 구성이다. 그럼 이제 다시 GTX 1080 이야기로 돌아와서 레퍼런스와 비 레퍼런스의 차이를 살펴보자.

 

fet2.jpg

 

 

엔비디아 레퍼런스의 경우는 2개의 FET 자리가 있지만, 1개를 사용했고, 드라이버 IC가 하나 더 있는 구조다. 위에서 한 차례 언급했던, 엔비디아 공식 홈페이지의 영문 설명을 인용했을 때는 분명히 Dual-FET 이라고 했는데 정작 FET 은 1개뿐인, 이 상황은 대체 무엇일까?

 

엔비디아의 표현대로 듀얼 모스펫 적용 여부를 떠나서, 지금까지 정황으로 FET 부품이 두개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박수를 쳐주고 싶다. 맞다 최소 2개가 있어야 한다.

 

엔비디아 파운더스 에디션에 적용된 MOSFET은 ON Semiconductor (줄여서 온 세미) 라는 회사가 만든 NTMFD4C85N 이라는 부품으로, High side와 Low side가 한 몸으로 존재하는 FET이기 때문에 아마도 듀얼 FET 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FE_FET_DB.jpg

▲ GTX 1080 레퍼런스 카드에 적용된 원 칩 FET 부품 파트넘버로 조회한 데이터 시트로, 30V에 High side 25A, Low side 49A라고 표기되어 있다

 

Dual-FET 형태가 되었을 때 좋은 점은, 구조가 간단해 진다는 것이다. PCB라는 제한된 공간을 좀 더 넓게 사용할 수 있기도 하고, 간단해진 만큼 설계가 좀 더 편해진다. 또한 커패시터와 인덕터 코일 그리고 FET 이렇게 3개의 요소는 사실 서로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Dual-FET 형태가 쓰이기도 한다.

 

다만 이런 형태가 불리한 점이라면, 아무래도 High side 와 Low side가 한 몸에 붙어 있으니 RDS(on) 저항치나 전류량에 비례해 발열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부분이다. 때문에 이런 경우는 전원부에도 쿨링을 더욱 신경 써줘야 한다. 다만 어차피 이게 분리된 형태로 FET이 존재해도 발열이 뜨거운 건 마찬가지기 때문에 사실 대부분의 그래픽 카드가 어지간하면 전원부도 함께 쿨링이 이뤄지는 구조를 갖는다. 이제 비 레퍼런스 카드의 FET 부분도 살펴보자.

 

fet3.jpg

 

 

위는 기가바이트가 만든 익스트림 게이밍 시리즈 비 레퍼런스 카드의 FET 부분이다. 굳이 브랜드와 모델명을 한번 더 언급한 이유는 비 레퍼런스, 말 그대로 레퍼런스가 아닌 제품이기 때문에 제조사나 모델명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의 설계나 디자인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비 레퍼런스니까 제조사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전원부 설계가 가능하다)

 

모든 비 레퍼런스 카드가 이런 형태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혹시라도 잘못 알고 있으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인데, 보통 제조사들은 자사의 제품들을 등급별로 나눠 제조하더라도 커다란 틀을 바꾸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기가바이트라면, 같은 칩셋이나 같은 세대 GPU가 적용된 그래픽 카드들은 대체로 비슷한 형태의 설계가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대체로 그렇다는 이야기)

 

자자, 서론이 길었는데, 인덕터 코일 부분을 살펴보자. 그 오른편을 살펴보면 일단 FET가 보여야할 자리에 이 녀석은 아예 FET가 보이질 않는다. 적어도 PCB에 Q라는 부품이 들어갈 자리가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면 정말 FET는 없는 걸까? 절대 그렇지 않다. 전원부를 구성하기 위해서 FET는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다. 기가바이트의 경우는 High / Low side FET 외에 드라이버 IC까지 모두 원 칩으로 구성된 부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야한다.

 

그래 좋다. 어차피 High side와 Low side가 원 칩으로 구성된 것도 알아본 마당에 드라이버 IC까지 포함되었다고 해서 안될 것도 없긴 하다. 그런데 PCB 표면에 프린팅 된 Q 가 없다는 또 무슨 말인가?

 

대부분의 PCB는 실크스크린으로 PCB 위에 각 부품들이 들어갈 자리와 부품의 종류를 약속된 방법으로 표기 해둔다. 아래의 사진을 잘 참고해보자.

 

DSC04487.jpg

 

 

C = 커패시터 / Q = 트랜지스터나 FET / J = 커넥터 / L = 인덕터 코일 / U = IC / R = 저항 / D = 다이오드 등으로 PCB 표면에 표기된 영문 이니셜 대문자와 숫자의 조합으로 부품의 자리를 결정한다.

 

위 사진과 설명을 참고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의미인지 금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하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보자면, PCB에 Q라고 표기된 부분이 없다는 것, 그리고 U는 드라이버 IC 인데 이 부품은 FET를 제어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이 녀석은 High side / Low side 그리고 드라이버 IC까지 포함된 녀석이라 추측 할 수 밖에 없다.

 

DSC03551.jpg

 

 

기가바이트 GTX 1080 카드에 적용된 FET 부품의 파트 넘버는 FDMF6823C로 구글 검색을 통해서 쉽게 데이터 시트를 찾을 수 있었는데, 이 부품은 Fairchild Semiconductor라는 회사에서 만든 High/Low side 및 드라이버 IC를 포함한 원 칩 솔루션 부품이 맞았다. 여담이지만 최근 Fairchild 는 ON Semiconductor사에 매각되었으며, Fairchild 라는 이름이 유명하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하고, ON Semi 이름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텔 DrMOS 표준 규격을 따르는 FDMF6823C 부품은 작은 크기지만, 고성능 및 고효율을 내는 DrMOS 모듈로 분류되어 있다. 위에서 엔비디아 레퍼런스의 Dual-FET 설명 부분에 커패시터와 인덕터 코일 및 FET 이 모두 가깝게 있으면 유리하다 했는데, 이 부품은 드라이버 IC까지 포함해서 원 칩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Dual-FET 보다 좀 더 구조적으로 간단해지고, 설계가 편해진다는 장점을 가지게 되었다.

 

여러 부품이 자리잡고 있어야 할 것을 부품 하나로 대체하기 때문에 면적, 즉 공간 활용에 대한 장점이 생기며, 기민한 스위칭 제어가 필요한 부분이 원칩화 되어 있으니 효율이 증가하고, 덕분에 깨끗한 파형을 보여주지만, 단점이라면 마찬가지로 원 칩 솔루션이기에 전류량 및 RDS(on) 수치 증가에 따른 발열은 피해갈 수 없으므로 쿨링에 더욱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점이 있으며, 드라이버 IC 하나로 FET을 바꿔가며 다양한 설계에 대응 할 수 있는 분리형에 비해 설계의 자유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있겠다.

 

다만 적절한 쿨링으로 발열에 대한 부분을 해소 할 수 있다면, 공간 효율의 장점을 살려 전원부를 더욱 보강하는 설계도 가능하다.

이것이 얼마나 좋은 부품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데이터 시트에서 제공되는 내용이나 광고 내용상으로는 꽤 좋은 부품이지 않을까 예상되며, 기가바이트도 자사의 최상위 라인업인 익스트림 게이밍 시리즈에만 사용할 정도니 그 나름의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그래픽 카드의 전원부가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구성과 동작원리를 바탕으로 기능하는지 등을 소개했다. 

 

무엇보다도 이 글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건 엔비디아가 만든 레퍼런스 카드가 비 레퍼런스 보다 전원부 설계가 안좋다는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다. 애당초 레퍼런스가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있는 근거도 너무나 부족하고, 그런 판단을 할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레퍼런스니까)

 

레퍼런스가 밸류 엔지니어링 느낌이라면, 기가바이트 카드의 경우는 팩토리 오버클럭과 더불어 좀 더 익스트림한 환경에 적합한 전원부 설계를 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며, (물론 그에 따른 쿨링 솔루션 차이도 있긴 하지만) 이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만큼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좀 더 튼튼하게 설계된 제품을 선택하면 되는 문제다. 

 

이 글이 전원부를 이해하는데 얼만큼의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부품 파트 넘버나 표면에 표기된 숫자만 너무 의식하지 말고, 제품 자체로 받아들이고 평가할 수 있었으면 한다. 무슨말이냐고?

 

DSC06104.jpg

▲ 전원부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기가바이트 익스트림 게이밍 GTX 1080

 

비록 좀 더 비싸더라도 잘 설계된 제품은 그만한 가치나 이유가 있을 거라는 것, 그리고 빠진 부품이 있거나 원가절감 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충분한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조건만 충족한다면 그 만큼 가격이 저렴할테니, 너무 비싸다고 혹은 너무 원가 절감했다고 무작정 까지 말고 제품의 면면을 잘 살펴보고자 하는 긍정적 마인드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다소 정신사납고 복잡한 글이지만, 여기까지 인내하고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만 글을 마친다.

 

 

댓글

Top